10년물 금리가 5%를 넘었다. 2007년 이후 처음이다. 사우디 송유관이 드론에 뚫린 대가다
내일 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내리는 게 아니라 올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원인은 하나다. 파이프라인 하나가 멈췄다.
핵심 수치 12개
- 다우 -0.63% → 52,093.11, S&P500 -0.45% → 7,585.73, 나스닥 -0.78% → 25,981.57
- 10년물 국채금리 장중 5.041% — 2007년 7월 이후 최고치, 종가 기준 5.00% 수준
- 30년물 국채금리 장중 5.401% — 2007년 6월 이후 최고치, 종가 기준 5.367%
- WTI +4.38% → 배럴당 105.83달러, 브렌트유 +2.90% → 108.75달러 — 둘 다 5월 19일 이후 4개월 만의 최고치
- 사우디 동서 파이프라인, 드론 공격으로 가동 중단 — 복구까지 수 주 소요 전망
- 사우디 아람코, 홍해 얀부 항 원유 선적 중단 + 9월 하순 유럽행 선적 취소·연기
- 리비아 국영 석유회사, 일부 유전 가동 중단 — 불가항력(force majeure) 선언 가능성
- 달러인덱스 99.596 — 약 2주 만에 최고치
- 금 선물 -0.44% → 온스당 4,332.80달러
- 비트코인 -3.69% → 7만5,684.93달러, 이더리움 -5.28%, XRP -10.69% 폭락
- 시장은 16일 FOMC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해 **3.75~4.00%**로 조정할 가능성을 높게 전망

빅토르 위고는 “군대의 침략은 막을 수 있지만, 때가 된 사상의 침략은 막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시장을 흔든 건 사상이 아니라 훨씬 물리적인 것이다. 드론 한 대가 파이프라인 하나를 멈춰 세웠고, 그 파장이 지구 반대편 채권시장까지 도달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서 파이프라인이 드론 공격을 받아 가동을 중단했다. 이 파이프라인은 페르시아만에서 생산된 원유를 홍해로 실어나르는 핵심 경로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혔을 때를 대비한 우회로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이제 그 우회로마저 뚫렸다. AP통신은 복구까지 수 주가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사우디 아람코가 홍해 얀부 항에서의 선적을 중단했고, 9월 하순 유럽행 선적 물량도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있다는 소식이 겹쳤다. 리비아에서도 정부 반대 시위가 격화되며 일부 유전이 가동을 멈췄다. 국영 석유회사는 상황이 이어지면 ‘불가항력’을 선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불가항력 선언은 계약상 공급 의무를 면제받는 법적 절차다. 중동에 이어 북아프리카까지 원유 공급망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5%를 넘은 채권 — 2007년의 기억
WTI가 하루 만에 4.38% 뛰어 105달러를 넘었다. 브렌트유도 2.90% 올라 108달러를 넘겼다. 둘 다 5월 19일 이후 4개월 만의 최고치다. 유가 급등은 곧바로 채권시장을 강타했다. 10년물 국채금리가 장중 5.041%를 찍으며 2007년 7월 이후 19년 만에 처음으로 5%를 넘었다. 30년물은 5.401%까지 올라 2007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7년이라는 숫자가 주는 무게가 있다. 그해 여름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직전이었다. 물론 지금의 5% 돌파는 그때와 원인이 완전히 다르다. 그때는 신용 버블이었고, 지금은 지정학적 공급 충격이다. 그러나 채권시장이 보내는 신호의 무게 자체는 동일하다. 장기 자금 조달 비용이 19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올라갔다는 사실은, 그 원인이 무엇이든 경제 전반에 실질적인 압박으로 작용한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스트래티직에너지앤드이코노믹리서치의 마이클 린치는 “새로운 공격으로 파이프라인 복구가 지연될 위험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대체 경로마저 막히면서 공급 부족이 구조적으로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시장 전반에 퍼졌다.

연준이 금리를 내리는 게 아니라 올린다
이 상황이 만드는 가장 무거운 결과는 따로 있다. 시장은 16일 FOMC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3.75~4.00%로 조정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시장의 관심사는 언제 금리를 내릴 것인가였다. 그런데 지금은 정반대다. 유가 급등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다시 자극하고 있고, 연준이 이걸 방치할 수 없다는 계산이 시장에 깔려 있다. ING는 “연준의 매파적 행보에 대한 우려는 상당 부분 가격에 반영됐다”면서도 “연준 위원들이 금리를 더 오래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신호를 보내면 추가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분석의 대상은 금값이지만, 같은 논리가 주식과 채권 전반에 적용된다.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은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과 싸우며 이런 말을 남겼다.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은 고통스럽지만, 인플레이션을 방치하는 것은 더 고통스럽다.” 지금 연준이 서 있는 자리가 정확히 그 딜레마다. 공급발 물가 상승에 금리로 대응하는 건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도 없다.
안전자산까지 흔들렸다 — 금도, 코인도 팔렸다
보통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 금이 오른다. 그런데 이날 금 선물은 오히려 0.44% 내렸다. 이유는 명확하다. 달러가 강세를 보였고, 국채금리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대니얼 파빌로니스 스톤X 수석 시장전략가는 “에너지 가격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물가 상승은 더 높은 금리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금리 상승세가 계속되면 금값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금리가 오르면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금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논리다.
가상자산은 더 크게 흔들렸다. 비트코인이 3.69% 빠지며 7만5,684달러를 기록했다. 이더리움은 5.28%, XRP는 무려 10.69% 폭락했다. 미국 상원에서 클래리티법(가상자산 규제 명확화 법안) 절차 표결이 부결됐다는 소식이 직접적인 악재로 작용했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규제 리스크가 동시에 겹치며 위험자산 전반에서 자금이 빠져나갔다.
지금 이 순간 안전한 곳은 어디에도 없어 보인다. 주식도, 채권도, 금도, 코인도 모두 같은 방향으로 흔들렸다. 이런 동조화 현상이 나타날 때가 보통 시장이 가장 예민해진 상태다. 내일 FOMC에서 연준이 어떤 톤으로 이야기하는지가 이 동조화된 하락을 진정시킬지, 아니면 더 키울지를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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